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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1기 기사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위기의 대학생, 새로운 욕구를 찾아라.

위기의 대학생, 새로운 욕구를 찾아라.


장윤정 (희망블로거 1기)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저는 매슬로우의 이론이 사람들의 모습을 참 잘 설명했다고 자주 느꼈습니다.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은 다섯가지의 기본적인 욕구를 갖고 있으며, 이 다섯가지는 위계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리적욕구, 안전욕구, 사회적욕구, 자존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이어지는 각 단계는 앞의 단계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차원의 욕구가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림> 매슬로우의 다섯가지 기본욕구(출처:‘인간행동과 심리학’,학지사)


많은 사람들은 대학에 가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자존의 욕구’를 채우고자 할 것입니다. 저 또한 그 부분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막연히 사회에 대한 탐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점수에 맞춰 입학원서를 쓰다가 ‘사회’가 앞에 붙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고보니, 제가 생각했던 건과는 많이 다른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그래서 처음엔 많이 혼란스러웠고, 방황했고, 힘들었습니다. 동아리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대학은 사회적 욕구, 즉 타인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욕구를 채워주었습니다.


1학년 말 즈음, 현장에 있는 선배가 후배중에 자원봉사자를 할 사람이 있는지 학과 조교에게 연락을 해왔고, 그것을 계기로 실제 사회복지현장업무에 참여해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에게 저는 이런 저런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과 인원이 30명 밖에 안되어서 인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누가 누구랑 사귀고 있는지도 알았고,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학과실에 들어가면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두세명 씩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인사하며, 그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책상에 있는 ‘글장(노트)’에 서로의 생각들을 적어놓고, 읽어보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마치, 요즘 페이스북 담벼락을 보며 친구들의 일상과 생각을 알고, 서로를 이해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학과 교수님들과는 단순히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주고, 한 학년이 끝나면 평가를 해야하는 대상을 훨씬 넘어서는 존경스러움과 끈끈함이 느껴지는 관계였습니다. 자신이 직접 쓴 책이나 엮은 자료로 강의하시는 교수님들의 말씀에는 권위가 있었고, 배우는 학생들은 어떻게하면 저분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과에서는 학술제와 수양회 등을 통해 대학원 선배들, 그리고 졸업한 선배들과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5월 즈음 열리던 학과 수양회에는 20대 새내기들과 40~50대 선배들이 함께 어우러져 게임도 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그러면서 저는 ‘저런 분들이 하는 사회복지라면 나도 한번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지금까지 사회복지를 해오고 있습니다.


학연과 지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되고 어울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는 점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런 저런 통로를 통해 요즘의 대학이야기를 듣다보면 제가 경험한게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겠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 학년 규모가 100명이 넘는 학부제에, 학교상황에 맞춰 학과 이름이 바뀌거나 통폐합되는 현재의 상황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 과정을 겪는 학생들은 학교에 선배도, 후배도 없다고, 외롭다고 말합니다. 교수들과도 딱히 연결고리가 없고, 그냥 수업시간에만 만나는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학생들이 자존의 욕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멘토를 찾거나 강연회를 다니며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채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대학에 갔지만, 대학은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해 또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2012년 현재의 모습입니다. 계속해서 대학 밖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대학은 결국 졸업장 때문에 할 수 없이 가는 곳으로 머물 것입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과 졸업한 선배들, 그리고 교수님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고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할 때 대학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요?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닌, 참 경험과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의 가능성은 그 대학을 채우는 사람과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