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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2기 기사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김예슬 선언’을 함께 읽는 작은도서관, 호모북커스

김예슬 선언’을 함께 읽는 작은 도서관, 호모북커스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참가단체 '호모북커스' 김성수 대표 인터뷰 

작은 도서관 호모북커스, 멈추어 나의 영혼을 바라보는 곳
혜화동 로터리의 작은 도서관, ‘호모북커스’. 무심코 걷다보면 볼 수 없지만 잘 들여다보면 발견하게 되는 길가의 들꽃처럼, 작은도서관 호모북커스는 바쁜 일상의 대학로의 한 귀퉁이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곳이다. 호모북커스의 김성수 대표는 얼마 전한 소식지에서 다룬 글을 보여주며, ‘멈추어 서기’가 필요한 우리에게 ‘책’은 좋은 쉼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압축적 성장’ 속에서 바쁘게 앞만 향해 달려가기 바쁜 사람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말을 타다가도 멈추어 잠시 기다렸다는 인디언의 이야기를 통해, 정작 중요한 우리의 영혼을 돌볼 시간이 없는 우리의 모습에서, 책읽기, 책을 읽는 공간, 시간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성수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 또한 잠시 멈추어 서서,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중요한 질문들, 국민이설계하는대학 운동 앞에 주어진 묵직한 질문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 앞에 어떠한선언을 할 수 있을까?



Q. 호모북커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멈추어서서 질문으르 던지는 것'이라면 책읽기는 멈추어 서기 위한 도구인거네요?

네 그렇죠. 책읽기, 즉 읽기 자체가 주는 큰 힘은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던져야할 질문들을 던지게 해주죠. 나라는 틀 안에 갇혀있을 수 있는 우리에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나의 생각의 한계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도구인거죠. 그리고 책읽기를 하려면, 우선은 하던 일을 멈추고, 느리게 사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 멈추어 서는 과정, 우리의 삶에 주는 속도감의 회복의 경험인거죠.

Q. 하지만, 지금의 책읽기는 자기계발이나 지식 쌓기인 것 같습니다. 이 운동이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책읽기도 스펙쌓기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그리고 당신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돈과 연관지어, 더 많은 물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것과는 구분된, 즉 돈이 되느냐, 실제적으로 눈에 보이는 어떤 당장의 결과들보다는 긴 안목에서, 나에게 진짜 공부가 되는 책읽기가 필요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적 책읽기’가 중요합니다. 정보차원에서의 책읽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이 상황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군림하려는 괴물로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Q. 출판시장도 자본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데,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인가? 어떻게 책을 골라야 하나요?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야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에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도전을 줄 수 있는 것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의 목적이 이것만은 아니죠. 하지만, 책의 흥행을 위해, 순간적인 재미와 즐거움만 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면, 재미만 있고 남는 것이 없는 책읽기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면 좋은 저자를 발굴하는 것도 책을 선택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책읽기도 관계와 같아서, 좋은 책을 통해 나와 관계가 생긴 저자의 책은 나올 때마다 기대가 됩니다.


호모북커스의 공동체적 책읽기의 첫 번째 멈추어 서기, ‘김슬 선언’
자기계발을 위한 책읽기, 앎에서 행동으로 자라지 못하는 책읽기를 지양하기 위하여 호모북커스에서 시도하는 ‘공동체적 책읽기’는 바로 ‘책.길.삶.길’ 과정이다.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그 책 속에서 길을 찾고 궁극적 우리 삶의 길과 연결시키기 위하여, 막막한 혼자만의 고독한 책읽기 여정이 아닌 함께 모여서 적극적으로 읽고 나누며 함께 길을 찾아가기 위한 시간은 ‘책.길.삶.길’ 과정에서 첫 책으로 선택한 책은 바로 <김예슬 선언> (김예슬 저, 느린걸음, 2010)이다.

Q.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생들만 참여하는 책모임도 아닌데, 대학에 대한 책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일단은 김예슬 씨가 선언을 한 근본적인 이유도 대학공부를 하면서도, 대학이란 말 그대로 큰 배움을 위한, 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기회여야 하는데, 그 기회가 부재하고 여전히 경쟁하고 취업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멈추어 서서 질문을 하는 것! 마찬가지로 책읽기도 멈추어 서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방향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이 책을 읽으며 우리 모두가 일종의 각자의 선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주부든, 가장이든, 직장인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선언해야 할 것인지 무엇인지 발견해 보고자 했죠. 그러한 선언을 통해 실천해 보고 행동해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김예슬 씨가 이러한 선언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책읽기’였습니다. 즉 제대로 된 책읽기가 의미 있는 선택, 의미있는 삶을 살아내는 바탕이 될 것 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Q. 첫모임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책읽기가 당장의 열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읽는 것 자체로 변화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책을 읽고 서로 적극적으로 피드백하고 개입할 때 더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서 책읽기를 관계에 비유하셨는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책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김예슬 선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김예슬 선언>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그런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제가 이 책을, 그리고 김예슬의 선언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한국사회는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그 사람이 어느 대학 나왔느냐, 대학을 다니고 있느냐가 그 사람을 대변하는 신분이 된 상황에서 고려대를 다니고 있는 김예슬씨가 한국사회가 내밀고 있는 당근을 거절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사람의 의도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자보와 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기존의 흐름에 대해 아니라가고 거부하는 용기는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내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대로, ‘작은 균열’, 견고한 대학 체제에 대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운동 또한, 이러한 균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문제제기 하지 않던 대학생들이 문제제기를 시작하고 있지 않나요? 한사람의 선언이었지만, 그것이 준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본인은 대학을 다니다 이것이 아니라고 해서 나왔지만, 쉽게 말해서 폭주 기관차에서 김예슬 씨는 뛰쳐나왔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계속 그 체제 안에 있는 학생들에 대해, 그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안에서 싸워야할 숙제에 대한 고민이나 역할이 이 책에 담겨져 있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말해도 들어주지 않아’라고 반응하는 지방대 학생들 혹은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김예슬 선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학벌과 대학 서열화로 인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처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상처로 인해 이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과 함께하는 호모북커스
김성수 대표는 <김예슬 선언>의 함께읽기를 통해, 각자의 삶속에서 ‘거부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김예슬 씨가 자신의 대자보와 책을 통해 ‘그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과 좌절감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이 시대의 대학의 문제를 비판한 그 문제제기는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이 바꾸고자 하는 현실과 맞닿아있다. 지난 4월 26일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참여단체 협약식을 통해 호모북커스는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에 지지의 뜻을 함께하였다.

Q.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또한 김예슬 씨가 제시한 대학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운동에 대해 참가 단체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학에 대한 근본적인 우리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설계하는 대학운동 또한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식의 문제는 이 운동 자체가 태생적으로 짊고 가는 한계라고 본다. 당장 대학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의식의 변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좋은대학 100플랜’과 같은 정책을 통해 바람직한 대학을 찾아가는 것은 중요하고 봅니다. 하지만 이 운동이 실제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함께 일으켜야 합니다.

Q. 맞습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일어나지 않는다면,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이성적으로 동의하지만, 감정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희망블로거 기자단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 또한,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서의 대학과 교육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습니다.

시급한 것은, 몇 개의 대학 위주로 특혜를 주는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어느 대학을 꼭 나와야지만,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특혜들을 완화시키는 것은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사교육의 근본적인 원인 또한 대학 서열화이고, 대학 서열화는 이러한 불공평한 사회 구조에 기인합니다. 기업과 대학의 이해관계, 즉,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 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대학이 생겨나게 된 배경과 존재의 의미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이 끝없이 재기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대학에서의 배움이 특혜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리더다운 소양을 갖추기 위한 전인적 교육이 함께 되어야한다는 김성수 대표의 말에서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이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좋은대학’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우리는 ‘누가 소중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부 잘하는 사람’, ‘좋은 대학을 간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이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누군가라는 가치관을 바꾸어야 하며, 어떤 조건을 갖춰야만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주는 사회에 대해 그것이 정말 인간다운 삶인가 라는 고민을 던져야 한다.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과 호모북커스와의 만남은 잠시 한걸음 멈춰 서서 우리의 영혼, 즉 근본적인 질문들이 함께 잘 따라오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멈춤의 운동과 변화의 운동이 잘 어우러지기를 기대해본다.


 

호모북커스 카페<http://cafe.naver.com/slhomobookers>

김성수 대표 페이스북 <http://facebook.com/​longma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