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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2기 기사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세월이 들려주는 교육, 인생 -천안중앙고등학교 장호권 선생님과의 대화

 

 세월이 들려주는 교육, 인생

-천안중앙고등학교 장호권 선생님과의 대화

박지석(희망블로거 2기)

 

학교마다 이런 선생님들 꼭 계시지 않았나요..?

어느덧 50세를 넘으셔서 정년을 바라보시고,
보수적인 생각으로 학생들을 대하시고,
수업하실 때도 다른 젊은 선생님들과 다르게 오직 교과서로만 가르치시는 선생님..
사실 많은 아이들은 젊은 선생님들을 더 선호했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에게는 ‘경험과 연륜’이 있다는 것을 이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정년퇴직을 앞두신 천안중앙고등학교 장호권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장호권 선생님은 올해로 교단에 서신지 34년이 되시는 말 ‘노장’이십니다. 저희 학교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으시죠. 보통 정년을 몇 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하시거나 교장 또는 교감 선생님의 자리에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담임을 맡으셔서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고 웃고, 때로는 학생들을 엄하게 혼내시면서 여느 젊은 선생님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주십니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이 분에게는 교사라는 직업이 천직이신 분이란 것을 깨닫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작년에도 천안중앙고등학교 교지인 ‘천맥’지에서도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 때 담지 못했던 깊이를 이곳에 담으려고 인터뷰를 계획!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받아주셨고 6월 19일, 선생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박지석 : 선생님, 올 해로 교직 생활이 몇 년째. 되세요?

장호권 선생님 : 벌써 34년이나 되어 버렸어(웃음).

박 : 작년에도 기억나는 게, 저희 학교 기술 선생님이 정년이 다 차시지 않았는데 명예퇴직을 하시기도 했고, 퇴직을 몇 년 앞두신 선생님은 힘들어 하시는 게 제 눈에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선생님에게서는 쳐지지 않는 힘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교직 생활을 마지막까지 이끌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요.

장 : 내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그래도 교육만이 나라가 살길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교직에 대한 집념, 소신이 생겨서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알다시피 교사라는 직업은, 특히 고등학교 교사는 육체적으로 힘든 자리야 그래서 체력도 중요하고. 나는 비교적 건강관리를 잘 했던 터라 아직도 무리가 없어.

박 :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에서,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신 선생님 같은 분들이 교육감이나, 교육 위원들 같이 교육과 관련된 정계에 계신 분들보다 교육에 대한 문제를 더 잘 아실 거 같아요.

장 : 맞아. 그런 분들은 학자고, 어떠한 이상을 바라보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직접 피부로 느끼고 겪으니까 현실을 아는 거지.

 

박 : 그러면 선생님 교육의 현장에서 느끼신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저는 경쟁, 학벌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들로 인해 사교육 팽배, 공교육 부실과 같은 문제로 까지 나아가는 거 같아요.

장 : 나도 공감이야. 뭐든 많으면 천해지는 법인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학벌을 얻기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까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거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파생되는 거지. 경쟁도 치열지고 살벌해 질 수 밖에. 교육이란 것이 사람간의 우애, 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건데 모든 것이 그 사람들을 줄 세우기 위해 서열화 되어 있다는 게... 참 슬픈 현실이야.

 

 

박 : 또 제가 보기에 우리 학교에는 극단적인 모습이 보여요.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친구보다도 더 무시하는 모습도, 아니면 선생님들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학생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있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권을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세요?

장 :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 그런 것은 기대도 하고 있진 않지만, 최소한의 교육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박 : 그럼 선생님께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교권이 옛날보다 못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시는 거네요.

장 : 그렇지. 또 학생들 탓만 할 수는 없어. 물론 교사들도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공부를 해야 해. 지금은 교사의 권위로 누를 시대는 아니야.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유능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인정을 받아야지. 그게 제대로 된 교권이 아닐까 생각해.

박 : 그래도 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적인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요. 몇 년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거론하면서 우리의 교육열이 부럽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학벌을 얻기 위한 교육임에도 그 교육열 자체는 긍정적으로 여겨져요. 이렇게 선생님께서도 ‘우리 교육 이것만큼은 희망적이다.’ 하는 것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 : 아무래도 학생들이 예전처럼 고분고분하지는 않지. 거칠어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내가 겪은 학생들을 하나하나 보면 다들 착했어. 그리고 인문계 학생들은 이렇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런 모습을 보면 이토록 오랫동안 교직 해온 것에 대한 후회가 생길 수 없지.

박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공부를 하는 목적이 희미하다는 거예요.

장 : 그게 바로 현실이야. 이 사회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게 병행이 되어야 해. 자기가 품었던 꿈도 이루면서 취업이라는 목표도 성취 할 수 있는.. 사실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아 안타깝지.

박 : 네. 저의 반만 보더라도 몇 명을 빼놓고는 다 그런 상황인거 같아요.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궁금해왔던 것을 여쭙고 싶어요. 오랜 교직 생활하시면서 좀 더 높은 자리에 올라 교육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장 : 솔직히 말하면 안한 게 아니라 능력이 부족해서 못한 거지..(웃음)그리고 나는 무엇보다도 어릴 때 꿈은 ‘교사’가 되는 거였어. 교장이나 교육행정가가 되는 것은 꿈은 아니었으니까. 아직까지도 앉아서 업무만 보는 교장보다는 아이들 속에 파묻혀서 웃고, 떠들고, 소리치는 것이 더 좋아. 그리고 그 분들이 무슨 얘기를 하던 최후에 직접 학생들과 부딪혀서 그것을 전달하는 역할은 교사의 몫이니까. 교사의 자리에서도 그런 일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박 :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피치 못할 때 몇 년을 제외하고는 담임교사를 안 하신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다가가니까 더 높은 자리도 마다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만큼은 학생들에게 아쉬운 점도 더 많이, 자세히 알고 계실 거 같아요.

장 : 요즘 학생들.. 정말 밝고 건강하게 공부하는 모습 보면 부러울 때가 많지. 그 중에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뽑는 다면 인내력이 부족하다는 거, 참을성이 부족해. 주변 환경이 옛날과 비교해 풍족해서 그런지, 어지간해서는 참으면 해결될 문제, 친구와의 다툼,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 할 수 있는 것도 조금만 참으면 해결이 되거든.

박 : 네. 이제 벌써 마직막 질문이네요..제가 요즘 더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인데, 직업이란 게 사람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져다주는 의미는 상당한 거 같아요.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은퇴 후의 생활도 점점 길어진다 해도 3~40년을 함께한 직업과 이별 할 때 어떤 감정이 들까 궁금해요.. 선생님은 이제 곧 교단에서 물러나시면서 어떤 감회가 드세요?

장 : 한마디로 시원섭섭하지. 무사히 정년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제일 큰데.. 평생을 일속에 파묻혀 살았는고.. 어느 날 갑자기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무척 허전할 거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정든 학생들이나 선생님들과 떠나는 게 제일 힘들어.. 하지만 어쩔 수 있겠니.  너희들도 보고 싶기는 매한가지이겠지?(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제가 이 ‘희망블로거 기자단’ 활동을 하게 된 것은 교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교육 받는 대상인 학생과 대하는 시간을 가장 많이 갖는 직업이 교사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다.’라는 소리가 들려올 때 교사, 학교 선생님들에게 가는 관심은 부족했고  또 그것을 저희 아버지를 보며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논할 때 조금 더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에 눈길을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회가 교육에 대해 겉도는 정책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자세로 다가가는 날을 꿈꿔 봅니다.

 

 

 

<인터뷰를 도와준 송제엽군, 장호권 선생님, 그리고 박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