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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2기 기사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중국인 유학생 6만 명 시대, 누구를 위한 글로벌 정책일까

중국인 유학생 6만 명 시대, 누구를 위한 글로벌 정책일까

  이주영(희망블로거 2기)

 

 

어느 중국 유학생의 이야기

명문 글로벌 K대학에 재학 중인 W군은 오늘도 힘겹게 교재를 가득 짊어지고 기숙사를 나선다. 수업시간이 시작하려면 한 시간이 남아있지만 W군의 마음은 무척 무겁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이 전공수업의 쪽지시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강의실에 먼저 도착한 학우들과 아침인사를 나누고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교재를 펴든다. 교재에 쓰인 알파벳 글자들이 머릿속을 헤엄친다. 다른 학우들은 서로 예상문제와 답안을 나누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겨우 1m도 떨어져 있지 않은 W군은 어쩐지 그들 사이에는 끼어들 수가 없다.

마침내 시험시간. 아뿔싸!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영어로 답안을 써야 한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어학당이 아니라 영어학원을 다닐 걸 그랬다. 겨우 2년 만에 한국어 중급반으로 올라가서 한국어로 답안을 쓰는 것이 익숙해질만 하니까 전공학점 중 50%는 영어강의 학점으로 채워야 졸업을 할 수 있단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니 당연히 답안도 영어로 써야 한다고 한다.

예상대로 이번 학기 학점은 잘 나오지 못했다. 교수님을 찾아가 사정이야기를 해보았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학생이라고 해서 사정을 봐줄 수가 없다고 하신다. 결국 W군은 다음 학기에 재수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위의 사례는 K대학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의 이야기를 각색해본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 6만 명 시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각 대학은 글로벌 정책으로 인해 중국인 유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캠퍼스 곳곳에서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는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내 대학 미충원율을 충당하고 유학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Study Korea Project’를 수립하여 많은 수의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이다. 특히 국내에 체류 중인 8만 명의 유학생 중에서 6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숫자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전년대비 약 5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 유학생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이 한국 대학에 적응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도 그만큼 커져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문화적 차이와 언어장벽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인해 타국에서의 삶이 더 고달프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 게다가 외로움과 싸워야 하지만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학업을 하기 위해서다. 자국에서 매달 생활비를 부쳐주시며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공부를 해보려고 하지만 역시나 외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다음은 K대학에서 어렵게 공부를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W군과 M군을 만나 인터뷰한 것이다. 본 인터뷰를 통해 중국인 유학생들의 현실에 대해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 먼저, 취재에 응해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먼저 한국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었고, 어떻게 오시게 된 것인지 부터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W: 저는 온 지 2년 좀 넘었어요. 중국에서 공부를 중간 정도 했어요. 그런데 명문대를 갈 수 있을 만큼 점수가 높지 않아서 한국 유학을 택했어요. 그래도 한국에 오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니까요.

M: 저는 이곳에 온지 3년이 되었고요, 제 경우도 W군의 경우와 다르지 않아요. 그래도 여기에 있으면 한국어도 배울 수 있으니까 나중에 취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해서 왔어요.

기자: , 두 분 모두 한국어를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있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W: 가장 큰 것은 언어에서의 어려움인 것 같아요. 한국어를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교수님 말씀이 너무 빠르기도 하고... 미리 모든 교재를 읽어가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어려워요. 스터디를 하고 싶지만 친구들이 진짜 제가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 하는 줄 알고 잘 끼워주지 않는 것 같아요.

M: 저는 친구들과 사귀는 게 가장 어려워요. 중국인과 한국인은 외모에서 별로 차이는 없지만 은근히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 무시해요. 심지어 교수님들도 수업시간에 중국을 비하하는 말씀을 종종 하세요.

기자: 중국을 비하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교수님이나 친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을 언급하던가요?

M: 막 중국제품을 욕하고 저건 중국제라서 그렇다, 황사는 다 중국 탓이다 그런 얘기들을 주로 해요. 그럴 때는 정말 화가 나고 교수님이라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친구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농담 삼아 얘기하면 그냥 기분 나쁘다고 말할 수라도 있는데 교수님께서 그러시는 건 항의하지도 못하니까요.

기자: 그런 이야기들을 교수님께 해보신 적이 있나요?

M: 저는 해 본적은 없고 중국인 친구 중에 그것에 대해서 항의한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바로 사과하셔서 별 무리는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점수를 나쁘게 주실까봐 그런 얘기는 잘 못하겠어요.

기자: 그렇군요. 아까 W군께서는 학업적인 면에서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는데 교내에 유학생 튜터링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번 이용해보셨는지요?

W: , 지금도 하고 있어요.

기자: 그렇다면 학업에서의 부담을 조금 더실 수도 있겠네요?

W: , 아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튜터를 잘 만나면요. 그리고 튜터를 잘 만나도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서는 사실 과제를 다 해결하기 어려워요. 특히 시험기간에는 가장 도움이 필요하지만 튜터도 바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빨리 끝내버리는 경우도 허다해요. 사실 그건 튜터 탓을 할 수는 없죠. 튜터도 같은 학생이니까요.

기자: 튜터를 잘 만나면 그렇다는 얘기는 친절하지 않은 튜터를 만나셨던 적도 있으셨나 봐요.

W: , 처음 만나서 겨우 10분 뭐 좀 설명하더니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 튜터도 많아요. 그러면 저는 새로운 튜터를 배정받을 수도 없고 다음 학기까지 기다려서 새로운 튜터를 배정받아야 해요.

M: 전 그래서 첫 학기에 한 번 해보고는 너무 성의가 없어서 그 다음 학기에는 튜터링 신청을 하지 않았어요.

기자: 그런 문제들이 있으셨군요. 그러면 교재나 수업시간에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교수님이나 수업 조교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해본 적 있으신가요?

W: , 그런 적은 몇 번 있어요. 교수님께 여쭤보면 대부분의 교수님들께서 친절히 설명해주시지만 그렇다고 매번 교수님께 여쭤보기엔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M: 전 그냥 같은 전공인 친구에게 물어봐요. 그래도 한국인 친구들은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요.

W: 그럴 땐 정말 고마움을 느끼지만 한국인 친구들은 절대 먼저 다가오지 않아요. 자기들끼리는 스터디그룹도 만들고 예상문제 같은 것들도 풀어보기도 하고 하지만 저희한테 먼저 같이 하자고는 하지 않거든요. 저희도 몇 번 스터디 그룹에 끼어달라고 부탁해본 적도 있지만 다들 별로 반기지 않았어요. 그럴 때 많이 서글퍼요.

기자: 정말 많이 슬펐겠어요. 시험보실 때도 많이 힘드실 것 같고.

W: 시험 볼 때가 정말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한국어 강의는 어렴풋이 좀 따라 쓸 수라도 있는데 영어 강의는 정말.. 여기 와서 내가 왜 영어로 시험을 보고 있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M: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중국에서 이렇게 좋은 학교에 올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학생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교재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또 한국어가 서투르니까 또 답안지 쓰는 것도 어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평가기준은 다 똑같다는 거죠. 답안을 작성하는 데 시험시간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요.

W: 저희(중국인 유학생)끼리는 C학점을 받으면 서로 잘했다고 부러워해요. 계속 학사경고 받는 학생들도 있고 중간에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어요. 저도 다른 한국학생들처럼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기자: 수강신청은 주로 어떻게 하세요? 주변에서 도움을 받고 있나요?

W: 처음에 수강신청 하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전공에서 몇 학점 듣고 교양에서 몇 학점 들어야 하는지 그런 것도 잘 모르겠고요. 무슨 과목을 들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너무 힘들었어요.

M: 저도 졸업학점이 몇 학점인지도 모르고 막 수강신청 했다가 재수강해야 하는 과목이랑 전공필수 과목 때문에 일 년을 더 다녀야 해요. 학과 사무실에 가서 조교 선생님께 설명을 들었는데도 한국어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다른 중국인 친구가 설명해줘서 겨우 알았어요.

W: 지금은 어느 정도 한국어를 듣고 말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지만 입학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학과마다 졸업요구학점이 다 다르다는 것도 몰랐어요.

기자: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유학생들을 위해서 대학에서 이것만큼은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편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W: 저는 유학생들을 위해서 교수님들께서 수업시간에 좀 더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중국과 같은 특정 국가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수업시간에 유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중국을 비하하시는 말씀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중국에 대해서 다른 학생들이 함께 웃고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몹시 불쾌하고 수업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거든요.

M: 유학생들에 대한 평가기준을 좀 달리해주셨으면 해요. 시험시간을 더 주시거나 아니면 평가방법을 달리해주셨으면 합니다.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 학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형평성 운운하시지만 언어의 문제 때문에 시험을 잘 보지 못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기자: 오늘 두 분 이야기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무조건 외국 학생들을 입학만 시키는 것이 대학이 내세우는 글로벌 교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두 분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우리 모두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두 유학생의 이야기가 모든 중국인 유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느끼는 학교생활에서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대학에서는 중국유학생들의 학업과 대학생활의 적응을 위해서 제도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부담 없이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 한 예로 고려대학교 교수학습개발원에서는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서 실제로 중국인 상담전문가가 학업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과 대학생활 전반에서 겪는 어려움을 자국어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충남대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여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면서 유학생들의 한국어 습득과 한국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학교에서 튜터링 제도를 운영하면서 유학생들을 위해 학업지원을 하고 있으나 W군과 M군의 이야기에서처럼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수업시간에 좀 더 유학생들을 위해 교수님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타이완의 한 기업체 사장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크게 분노한 일이 있었다. 낯선 타국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데 자신의 조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들었을 때 얼마나 서러울지는 유학생활을 오래 한 교수님들께서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조금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서 학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어떨까 한다. 실제로 평가방법을 다양화하면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학생들도 서로의 격차를 줄이고 전공지식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중국인 친구들을 위해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쯤 혹시나 말할 곳이 없어서 끙끙거리고 있는 유학생 친구들은 없는지 한 번 손을 내밀어준다면 그들 역시 마음을 열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글로벌 교육이 아닐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당당하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날을 꿈꾸어본다.

 

참고문헌

충남대, '외국인 유학생 생활지원센터' 개원 (http://www.gocj.net/news/articleView.html?idxno=42368)

[특별기획]중국인 유학생 8만명 시대, 짱깨 등 비하발언 심각...37% "반한정서 있다" (http://ubiz.mt.co.kr/articles/%202368)

대학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할 때는 언제고(http://news.sportsseoul.com/read/life/1030772.htm)

중국인 유학생 6만명관심 써야 (http://www.ktv.go.kr/ktv_contents.jsp?cid=401679)

김선아(2010). 재한 중국인 유학생의 대학생활 적응. 학생생활연구, 17, 57-68.

김영경(2008). 중국, 일본 유학생의 한국 대학생활 적응을 위한 요구 분석. 상담학 연구, 10(1), 535-559.

하정희(2010). 중국유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에 대한 질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0(2), 473-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