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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1기 기사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국립대의 역습, 아이비리그를 위협하다 -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 성공기

국립대의 역습, 아이비리그를 위협하다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 성공기


문준영 (희망블로거 1기)






Q : ‘세계 최고의 대학은 어디일까?’ 

A : ‘음.. 아이비리그 중 하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대학이 세계 최정상 대학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아이비리그가 있다. 



아이비리그의 대학들은 대부분 미국의 개척기인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설립되었다. 미국이 강대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점점 자본이 유입되고 그들의 졸업생들은 기득권층을 형성했다. 능력주의와 시장주의를 전제로 하면서 사립대학들은 그들의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었고, 동시에 유입된 많은 자본들은 아이비리그를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매력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 만들었다. 하버드와 예일을 비롯하여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사립대학들은 높은 명성뿐만 아니라 실제로 상당한 수준의 교육ㆍ연구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중등교육의 부작용이 종종 드러나더라도 여전히 대학만큼은 말 그대로 ‘넘사벽(넘어갈 수 없는 높은 벽을 의미함)’이다. 이미 단단한 바운더리를 형성하고 막대한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명성과 교육의 질, 인프라에서 타 대학들을 압도한다. 



때문에 전 세계 부유층의 자녀들과 엘리트들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실제로 매년 세계의 고급 인력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이런 패턴은 다시 이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쯤되면 막막하다. 정말 아이비리그의 독주를 따라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대로 한국 중산층의 엘리트들이 아이비리그 진학에 목 매는 것을 바라만 봐야할까?   




1960년, 변화가 시작되다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에 대한 보고서 (이미지 출처) Hans Johnson Report


다행히도 좋은 대안이 미국 내에 존재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은 아이비리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장주의와 능력주의의 천국인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이들이 국공립대학(주립대학)으로 엄청난 성취를 이룬 점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더욱 놀랍다.  



1960년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현재의 한국처럼, 약 30여개의 4년제 공립대학들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60% 정도였다. 비교적 높은 진학률과 달리 대학 자체의 경쟁력이나 학문적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고등교육체계는  많은 수의 4년제 대학이 일괄적으로 운영되었는데, 이는 산만하고 비효율적이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캘리포니아 마스터플랜’(A Master Plan for Higher Education in California)이다. 



의회에 제출된 이 거대한 계획은 기존의 방식대신 대학체계를 3단계(CCC→CSU→UC)로 구분시키는 것을 기본방식으로 한다. 그리고 각 단계의 대학들은 각자 별도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조정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수십년간 이는 미국 내에서 가장 성공한 대학 개혁으로 손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 마스터플랜, 주립대학들을 구하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주립대학들은 UC (University of California)과 CSU (California State University), CCC (California Community Colleges) 등 3개의 시스템으로 나누어졌z다. UC는최고 수준의 4년제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까지 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고, CSU는 4년제 교육 중심 대학으로 석사 학위까지는 자체적으로 수여해도 박사 학위는 UC와 연계해 수여하도록 되어있다. CCC는 2년제 대학으로 UC와 CSU의 교양학부 역할과 직업 전문 교육을 담당하도록 되어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고등학교 졸업생 중 상위 1/8에 속하는 학생들은 UC에, 상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CSU에 가도록 시스템을 구성해 놓았다. 한편 CCC에는 누구나 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CCC의 학생들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받기를 원할 때는 수월하게 UC나 CSU로 편입하는 길을 마련했다.





California Community College(CCC)는 2년제 대학이지만 단순히 직업훈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4년제 대학의 1~2 학년 과정의 역할을 한다. 학비가 CCC<CSU<UC 순으로 싸고 다른 주들도 대학 체제의 구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미국 전체로 볼 때 약 46%의 대학생이 Community College(CCC)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여 1~2학년 때 교양 필수 과목과 자기 전공에 필요한 필수 과목을 저렴한 학비로 공부한 후, 4년제 대학 CSU나 UC로 편입해 3~4학년 과정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CCC의 장점은 학비가 싸고, 입학이 쉬운 것 외에 같은 주에 있는 4년제 주립대학으로 편입할 때 유리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주정부차원에서 4년제 주립대학이 편입생을 받을 때 자기 주의 CCC출신을 우선 고려하도록 배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는 UC와 CCC간에 TAG(Transfer Admission Guarantee)라는 편입보장제도가 있어서 학생이 CCC에서 공부하는 동안 일정 요건을 충족시킬 만큼 공부한 성과를 내면 UC로의 편입학을 보장해준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고등학교 때 학업을 소홀히 했거나 다른 이유로 좋은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놓친 학생들이 CCC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하고 UC로 편입해 명문대학을 졸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대학 들어와서 정신차린 학생’이 이런 케이스를 밟는 경우가 많다. 대학 진학 후에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고, 일종의 패자부활전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CCC의 가치를 잘 살린 포스터, (이미지 출처) California College Website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의 우수성은 이 체제가 지역균형발전과 국제적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규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캠퍼스별 특성화 영역별로 지원을 해주었고, 단 시간에 캘리포니아의 UC 대학들을 세계적 대학으로 탈바꿈시켰다. 10개의 UC 중 UC Berkeley와 UCLA는 거의 Ivy League 수준의 명문 사립대학과 동등한 수준의 명문대학이 되었고, 이 두 대학을 포함해 UC San Diego는 The Times지가 선정한 세계 대학 랭킹 30위에, UC Davis, UC Irvine, UC Santa Barbara 등 6개 대학은 소위 Public Ivy라고 일컫는 명문 주립대학들이고 모두 미국 내에서 50위권안에 랭크되었다. 기타 UC Santa Cruz와 UC Riverside도 100위권 안에 드는 우수한 대학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실로 대단한 성과이다. 이것은 특히 사립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미국 대학 시스템에서 국립대가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한국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현재 단편적인 학부제가 주를 이루는 한국에서는 학벌이나 수도권 과밀화와 같은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학벌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단순히 행정적 차원을 넘어서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하는 일종의 ‘제도적인 감성’이라는 점에서 국공립대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시키려고 해도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 특히 단순히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여서 ‘과거의 SKY 다음으로 부산대와 경북대 체제를 회복시키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도 아니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하물며 아이비리그의 방식을 따라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캘리포니아 마스터 플랜은 좋은 대안이 된다. 캘리포니아 모델이 한국에 도입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국공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서 수도권 집중화, 과다 등록금, 학벌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훌륭한 첫 단추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2009년도에 “국립대 구조 개혁 추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를 ‘벤치마킹’한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에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와 같은 한국판 캘리포니아 마스터플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의 논의이다.



‘현재 국공립들은 대학간 학문의 중복성, 학위의 남발, 특성화 상실, 규모의 경제 부족, 등으로 막대한 재정투입의 효율성이 떨어뜨린다. 한국의 국립대학을 합리적으로 발전시키려면 39개 국립대학들 중 10개 거점대학교를 연구중심대학으로 특성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처럼 박사학위를 부여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산만하게 전개시킨다면 과거의 비효율이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이다.


1960년 캘리포니아대학의 경우처럼, 연구중심대학으로 특성화하고 싶은 여타 국립일반대학들은 거점대와 통합하거나 특성화에 참여하고 싶은 교수들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서 거점대들은 국제경쟁력이 있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는 규모의 경제를 가질 수 있고, 일반대학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단순히 수능점수에 따라 SKY-서성한과 같은 순위 매김과 같은 제도적인 감성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화와 법인화로는 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캘리포니아 마스터플랜이 한국 대학 시스템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과 같은 대학체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좋은대학100플랜' 효과 

(이미지 출처)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실제로 캘리포니아 대학 마스터플랜은 공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공립대 법인화를 비롯한 ‘국립대 개혁방안’에 대해 캘리포니아가 좋은 모델이 되는 셈이다. 입법기관 내에서의 활동과 구체적인 행동을 통한 제도화가 시급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참고문서

백종국, ‘한국 국립대학의 위기와 캘리포니아 모델’, 경상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2011

LAO, 'Overview of California's Master Plan for Higher Education', California Assembly Higer Educatin committee,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