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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1기 기사

[국민이 설계하는 대학운동] 아주 특별한 수업, 이야기로 인생을 배우다

아주 특별한 수업,
이야기로 인생을 배우다


김요한 / 희망블로거 1기




“화려한 연극은 계속 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아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키팅 선생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들은 모두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좋은 밑거름이며 재산이 되었다. 누군가의 수업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 좋은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특별한 수업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존 키팅 선생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범은 대학시절 자신의 은사였던 모리 슈워츠 교수에게 14주간 아주 특별한 수업을 받는다. 매주 화요일 진행된 이 특별 수업을 통해 그는 인생에서 정말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의 노은사 모리 슈워츠는 사회학 교수이자, 사지를 쓰지 못하다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희귀한 병인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환자이다. 그런 그가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살아 있음의 의미, 죽어 감의 의미를 들려준다. 그의 수업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중요하다고 선전하는 무의미한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타인을 동정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또 사는 것과 함께 나이 드는 것, 죽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배우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우리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많은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주었을까? 문제를 푸는 것에만 몰두했을 뿐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었을까? 

대학에서는 수업을 들으며 책을 읽고, 토론과 발표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물론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도 학문에 대한 탐구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겠지만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수업을 통해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 ‘인생수업’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명씩 초청해보는 것이다. 꼭 높은 지위에 올라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람이 아닌, 소박하더라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주어진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 수업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듣는 사람들은 그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다. 묻고 답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내가 살고 싶은 삶, 지향해야 할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이다. 

이 수업은 학점 부담이 없다. 얼마나 많이 이해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소의 제약도 없다. 세상 모든 곳이 수업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늘진 나무 아래에서 수업을 할 수도 있고, 산이나 바다 또는 그 사람이 땀 흘려 일하고 있는 곳에서 수업이 열릴 수도 있다. 학교라는 건물 안의 강의실을 벗어나 세상 모든 곳이 우리의 강의실이 되는 것이다.  

이 수업은 인생의 선배들에게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볼 것이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어제였는지, 나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삶과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아있는 경험과 생각을 요하는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고, 소중한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을 풀어낸 책 임꺽정과 그들 친구들은 모든 공부를 이야기를 통해 배웠다.


강의실 밖 세상에서 우리는 더 재밌고, 소중한 삶의 지혜들을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인생을 살았고, 우리가 겪고 있는 고민들과 어려움들을 먼저 만났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이 경험과 추억으로 만들어진 삶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제로 강의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성찰과 사유가 밑바탕이 된 상태에서 학문을 탐구해야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있다. 학문 탐구를 위한 밑바탕을 다지기 위해, 지식 많은 사람이 아닌 지혜로운 사람들을 길러내기 위해 이런 수업이 생기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