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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블로거기사/희망블로거 1기 기사

[국민이설계하는대학운동] 대학체제 개편의 필요성(4) - 대입전형의 문제

대학체제 개편의 필요성(4)

학생들을 한줄세우기 하려는

대학들의 입맛에 우리가 맞춰줘야 하나요?! - 대입전형의 문제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


들어가며



4월의 마지막날.. TV뉴스의 한 꼭지에서는 서울의 중고생 43%가 “스트레스 많다”라고 느낀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어요. 중고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성인의 31%보다 더 높은 수치이고, 스트레스의 원인은 ‘공부와 성적에 대한 부담’이 58%로 가장 높았다고 하네요.


잠시 제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았어요. 저 역시 고1의 입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작해서 고3, 재수생활로 이어졌던 수험생활이 참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대한민국의 입시열병은 여전하고, 아니 오히려 학생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오네요. 


그래서 오늘은 학생들을 옥죄는 대학입학전형에서의 대학들의 꼼수를 살펴보고 그래서 왜 우리가 대학체제개편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려구요.


1) 뽑는 인원도 최다, 경쟁률도 최대, 난이도도 최고! ‘대학별고사(논술&구술면접)’


논술전형은 주요대학입시에서 단일전형으로는 정시의 수능전형과 함께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대표적인 전형이에요. 서울 주요 11개 대학 전체 수시 모집인원의 39.7%(최고 고려대 52.0%)를 논술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고 경쟁률은 이화여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50: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요. 이렇게 상식수준을 뛰어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전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논술 중심 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난이도가 정규교육과정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논술고사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 갈수록 풀이과정과 정답을 요구하는 본고사 형태의 시험으로 치뤄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런 경향은 특히 수학/과학 논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 2012학년도에 치러진 서울시립대의 수리논술 문제 중 어떤 문항은 문제를 푼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채점이 너무 쉬웠다고 해요. 


그리고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서 논술전형과 함께 영어면접, 수학/과학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으로 선발하는 학생의 인원도 상당해요. 서울대(52.53%)를 비롯하여 연세대, 시립대, 서강대 등이 많은 인원의 학생을 구술면접 시험을 통해 선발하고 있어요. 



이러한 구술면접시험은 학생이 미리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들어가서 시험지를 받고 정해진 시간 동안 문제를 푼 다음 채점관(전공 교수) 앞에서 면접 및 구술 과정을 겪는 방식의 시험이기 때문에 사실상 본고사라고 할 수 있으므로 문제에요. 특히 서울대 문제의 경우 정규교육과정 수준을 훨씬 웃도는 대학수학 수준을 다루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어요. 이 전형 합격자 절반 가까이가 과학고 학생들인데 강남에는 이 전형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있고, 그 재원생의 90% 정도가 과고생이라고 해요.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과학고 학생들조차 따로 학원을 다니면서 대학교 과정의 수학을 미리 연습하고 봐야만 하는 시험, 과연 좋은 시험일까요?




2)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너무 높아서 많은 인원이 최종 탈락해요. 결국은 수능?!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의 비율이 수시 전체 모집인원의 평균 64.2%,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은 70%를 훨씬 웃돌고 있어 수시모집에서조차 수능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또한 문제가 돼요.



논술중심전형 우선선발의 자격요건으로 요구하는 수능 성적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 때문에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우선선발 조건을 만족하는 학생이 많지 않아 우선선발의 실질 경쟁률은 현저하게 낮아지게 되지요. 또한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중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수능 성적과 논술에 의해 선발하는 전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수능 영향력이 절대적인 우선선발이 전체 수시모집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40~70%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어요.



대학이 수능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사실상 정시 수능선발과 큰 차이가 없는 수능 우선선발 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최근의 수시전형 확대 정책과도 연관이 있지만, 그보다는 우수한 학생을 미리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어요. 입시전문가인 최영석 사제공감연구소장에 따르면 논술시험지를 바로 채점하지 않고, 일단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한 학생을 걸러낸 후에야 채점한다고 해요. 일반선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역시 높기 때문에 논술 중심 전형에 응시한 절대 다수의 학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탈락하고 있다는 것이죠. 



3) 학교에서 준비할 수 없는 공인어학시험점수와 올림피아드수상경력은 어디서 만들죠?


공인어학성적과 올림피아드 수상실적 등 정규 교육과정 수준을 뛰어 넘는 학교 밖 스펙(서류)으로 당락을 좌우하는 전형이 주요 대학 수시 전형에서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어요.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경우는 수시 전체에서 학교밖 스펙 비중이 20%를 상회하며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런 전형은 일반적인 정규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는 것만으로 성취가 힘들기 때문에 특목고를 우대하는 전형이며, 특목고 학생들조차도 이른 시기부터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심각한 사교육 유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주요 11개 대학 대부분은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조차 학생부 이외의 서류(실적)제출을 요구하여 수험생에게 준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에요. 


학교 밖 스펙을 요구하는 전형은 특기자 전형만이 아니에요. 특기자 전형처럼 모집요강에서 명시적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핵심적인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지는 않더라도, 상당수의 학생부 중심 전형 역시 학생부 이외의 서류(실적) 제출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의 모집요강에서 평가서류 목록이 '학생부,추천서,자기소개서, 각종증빙서류 등 제출된 모든 서류'라고 밝히고 있고, 제출서류 양식에서 '증빙서류 목차'를 제공함으로써 사실상 학생부 이외 서류(실적)가 평가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답니다. 또 성균관대는 자기소개서 양식 안에 교내외 대표적인 실적 10개를 적도록 하면서, 예시로 경시대회와 어학성적 등을 제시하고 있어요.


나오며


터무니없이 난이도가 높은 대학별고사(논술과 구술면접시험),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수시모집에서마저 영향력이 막강한 수능, 학교 수업만으로는 준비할 수 없는 학교 밖 스펙! 


대학들은 여러 꼼수들을 대학입학전형 곳곳에 숨겨두고 학생들의 한 줄 세우기를 통해 편리하게 우수 학생들을 거르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대학들의 복잡한 눈속임으로 인해 우리 학생들은 논술학원 다니랴, 구술면접 준비하랴, 토익·토플점수 따랴, 경시대회 쫓아다니랴 힘든 수험생활을 하고 있지요. 


점수따라 서열화된 대학이 아니라, 적성과 진로에 따라 가고싶은 좋은 대학에 가는 일. 아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돌려주는 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이미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 참고문헌

『2012~13 주요대학 입학전형의 사교육유발영향평가 5회 연속 토론회』 「제5차 토론회: 대입전형에 대한 사교육영향평가의 가능성과 대안모색」,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2. 4. 17.